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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날 혼자 걸어가는 뒷모습이 왜 그렇게 쓸쓸해 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15년 넘게 같이 일했던 동료였습니다. 매일 회사에서 보던 사람이 그날은 혼자 걸어서 회사를 나갔습니다. 뒤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문득 앞으로의 내 모습도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무척이나 씁쓸했습니다. 같은 회사에서 오래 일했지만 늘 붙어 다닌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하는 일도 달랐습니다. 영업도 있었고 인쇄도 있었고 연구 쪽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회사 초창기부터 오랫동안 같이 버텨온 사람들이라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오뉴월이면 같이 단합대회도 가고 여행도 다녔습니다. 퇴근길에 한잔할 때도 있었습니다. 힘들어서 마시는 술이라기보다 그때는 같이 있는 게 즐거워서 마시는 술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래 본 사람이 회사를 떠나는 날이 오니 이상했습니다.
내일 출근하면 또 볼 것 같은데 이제 그 자리에 없다는 게 쉽게 실감 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뒤에서 “잘 가.” 하고 인사했습니다. 그 사람이 돌아보며 한 말은 길지 않았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15년을 같이 보낸 동료와 회사에서 나눈 마지막 대화는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날은 다른 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출근이라고 해서 특별한 행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거창하게 인사를 나눈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이 자기 자리를 정리하고 회사를 나서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혼자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이상했습니다.

15년 넘게 거의 매일 회사에서 보던 사람인데 이제 저 문을 나가면 더 이상 출근하지 않는다는 게 쉽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한참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 문득 앞으로의 내 모습도 저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매일 출근하고 사람들과 부딪치며 정신없이 지내지만 나에게도 마지막으로 회사를 나가는 날은 올 겁니다.
그 생각을 하니 남의 퇴직을 보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회사를 오래 다녔다고 해서 마지막 날이 특별해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일을 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렇게 긴 시간을 보냈는데, 막상 떠나는 순간에는 혼자였습니다. 그게 유난히 쓸쓸해 보였습니다. 나는 안 그래야 할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마지막 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거창하게 떠나고 싶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냥 오랫동안 함께했던 사람들과 웃으면서 인사하고, 건강하게 걸어서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퇴직이라는 게 회사를 그만두는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매일 반복되던 사람과 자리와 시간이 어느 날 한꺼번에 끝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조금 더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습니다. “잘 가.”
내가 “잘 가”라고 했을 때 돌아온 말은 “네, 감사합니다.” 그 한마디였습니다. 15년 넘게 같이 일했는데 마지막 인사치고는 참 짧았습니다. 원래 말이 많은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도 크게 표현하지 않고 그냥 씩 웃는 사람이었습니다. 오래 같이 지내다 보니 그 웃음만 봐도 대충 알았습니다.
기분이 좋은지, 괜찮은 척하는 건지, 오늘은 말 걸지 않는 게 좋은 지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습니다. 퇴직하고 나서 몇 번 전화를 해봤습니다. 전화벨은 가는데 받지를 않습니다. 처음에는 나한테 삐졌나 싶었습니다.
그다음에는 전화받는 게 귀찮은가 싶기도 했고, 몸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 혹시 어디가 더 아픈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전화하기도 그렇습니다. 전화 안 받는 사람에게 자꾸 전화하는 것도 부담일 것 같아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끔 생각납니다.
전화라도 한번 받아서 예전처럼 별말 없이 씩 웃는 그 얼굴이라도 봤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만나면 할 말도 별로 없습니다. 15년 이야기를 다시 꺼내서 길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몸 잘 챙기고 건강하라고. 그리고 딸 결혼시키는 날이 오면 꼭 연락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같이 일할 때는 이런 말을 굳이 하지 않았습니다. 내일도 볼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내일 회사에 가도 볼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나니,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말들이 뒤늦게 생각납니다.
우리는 15년 넘게 같은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각자 맡은 분야는 달랐지만 회사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람들이라 서로가 어떻게 일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영업을 맡은 사람도 있었고, 인쇄나 연구 쪽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오랫동안 한 회사에서 같이 일한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오뉴월쯤이면 단합대회도 가고 여행도 같이 다녔습니다. 퇴근하고 한잔 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무슨 큰일이 있어서 마신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같이 일하고 퇴근해서 술 한잔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사람 얼굴빛이 좋지 않았습니다. 살도 많이 빠졌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콩팥이 좋지 않아 일주일에 2~3일은 투석을 받고 있었습니다. 투석받는 날을 빼고는 또 회사에 나왔습니다. 몸이 그렇게 힘든데도 본인은 크게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아프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자기 자리에 와서 자기 일을 했습니다. 얼굴이 노랗게 변하고 살이 빠지는 걸 보면서도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몸이 좋지 않은 줄 몰랐습니다. 퇴직하기 4~5년 전에도 한번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우리가 붙잡았습니다.
오래 같이 일했고 자기 일을 아는 사람이었으니 조금 더 같이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이미 몸이 많이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이 아무 말하지 않으니 나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그래서 이번 퇴직은 섭섭하다고 붙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회사보다 자기 몸부터 챙기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래 같이 일한 사람이 떠나는 것은 아쉽지만, 아픈 사람에게 더 같이 일하자고 하는 것도 내가 할 말은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전화를 한번 받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만나면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고마웠다고, 건강하라고, 딸 결혼식에는 꼭 불러달라고 하고 싶습니다. 15년을 같이 지냈는데 막상 헤어질 때는 그 말을 제대로 못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혼자 걸어가던 그날의 뒷모습이 자꾸 생각납니다. 언젠가는 나도 회사를 떠나는 날이 올 겁니다.
그때 내가 어떤 모습으로 걸어 나갈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함께했던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 정도는 제대로 하고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도 어디에 있든 예전처럼 씩 한번 웃을 수 있을 만큼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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