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아침에 전화가 오면 가끔 받기가 겁날 때가 있었습니다. “오늘 못 나갈 것 같습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해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아무 연락 없이 출근하지 않는 날은 정말 속이 탔습니다. 평소라면 한 사람이 빠져도 다른 직원이 빈자리를 메울 수 있지만, 하루 1~2만 개를 만들어 출고해야 하는 성수기에는 한 사람의 빈자리도 작지 않았습니다. 이미 그날 작업할 물량과 인원을 맞춰놓았는데 한 명이 빠지면 그 자리를 누군가 대신해야 합니다. 그러면 원래 그 사람이 하던 일이 비고, 작업 순서가 하나씩 밀립니다. 실제로 출고가 늦어지고 결국 납품이 취소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화가 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성수기가 다 끝난 뒤에는 화나는 일보다 더 씁쓸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 달 동안 같..
2만 권 관 품을 전부 풀어서 다시 작업한 적이 있습니다. 이미 조립까지 끝나 출고만 하면 되는 다이어리였습니다. 그런데 작업 도중 외국인 직원 한 명이 인쇄된 그림이 이상하다며 제품을 들고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확인해 보니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완성된 제품이 2만 권 가까이 있었고 출고 날짜도 정해져 있었습니다. 결국 만들어놓은 제품을 전부 다시 풀기로 했습니다. 현장 직원 70명 가운데 50명 정도가 한 제품에 붙었습니다. 저녁에는 다른 라인까지 작업을 멈추고 재작업에 투입했습니다. 이미 조립한 것을 다시 풀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교체하고, 다시 조립해서 포장까지 해야 했습니다. 그날은 어떻게든 당일 출고를 맞췄습니다. 다이어리 성수기에는 하루 1~2만 권이 움직일 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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