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이야기

외국인 직원과 일하며 겪은 일, “저 누나는 나만 미워해요”

yoonaa1 2026. 8. 26. 00:08

“저 누나는 나만 미워해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무슨 이야기인가 했습니다. 알고 보니 간식 시간에 과일을 먹으려고 한 직원이 외국인 직원에게 “과도 가져와”라고 했는데, 그 말을 “너 저리 가”라는 뜻으로 알아들은 겁니다.

 

기분이 상한 직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 퇴근해 버렸습니다. 나중에 왜 그냥 갔느냐고 물어보니 자기는 열심히 일했는데 그 누나가 자꾸 자기만 미워한다고 했습니다. 사정을 알고 나서는 다들 한바탕 웃었지만 그 직원에게는 웃을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으니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 하나가 전혀 다른 뜻으로 들릴 수 있다는 걸 그때 다시 알았습니다. 외국인 직원들과 여러 해 같이 일하면서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웃고 넘어간 일도 있었고,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을 가르치는 것만큼 서로 말을 제대로 알아듣게 만드는 것도 일의 일부가 됐습니다.

 

“과도 가져와”가 “너 저리가”로 들렸습니다

처음 외국인 직원들과 같이 일할 때는 한국말 때문에 생기는 일이 참 많았습니다. 그중 지금도 기억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간식 시간에 과일을 먹으려고 한 직원이 외국인 직원에게 “과도 가져와”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말이었는데 그 직원은 그 말을 전혀 다르게 알아들었습니다. 자기한테 “너 저리 가”라고 말했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것도 평소같이 일하던 누나가 자기한테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했으니 기분이 많이 상했던 모양입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혼자 퇴근해 버렸습니다. 나중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봤더니 그 직원이 하는 말이 더 기가 막혔습니다. “저 누나는 나만 미워해요.” 그 말을 듣고 사정을 하나씩 맞춰보다가 그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았습니다.

 

“과도 가져와”를 자기를 쫓아내는 말로 알아들은 겁니다. 우리는 그제야 빵 터졌지만 본인은 상당히 서운했던 모양입니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외국인 직원에게 일을 가르칠 때는 우리가 평소 쓰는 말을 그대로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일을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말 한마디를 서로 다르게 알아들어서 생기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추억이지만 그때는 이런 작은 오해 하나도 현장에서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었습니다.

 

타공기 사고 뒤에는 매일 30분씩 말을 맞췄습니다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게 웃고 끝날 일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한 번은 작업 중 타공기에 손가락이 끼는 사고가 났습니다. 결국 접합수술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사고였습니다.

 

사고가 나고 나니 기계 사용법만 가르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에서는 기계 소리도 크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일을 합니다. 거기에 한국말까지 서툴면 내가 한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반대로 직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놓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부터 매일 30분 정도 시간을 따로 냈습니다. 거창하게 한국어 공부를 시킨 건 아닙니다. 우리가 실제 작업하면서 쓰는 말부터 서로 알아듣게 하는 게 먼저였습니다. 비슷하게 들리는 말도 반복해서 말해보고, 한 사람이 말하면 다른 사람이 알아맞히는 식으로 놀이처럼 하기도 했습니다.

 

틀렸다고 탈락시키거나 혼내는 식으로 하면 입을 닫아버리니 그러지 않았습니다. 특히 발음이 비슷한 말은 생각보다 어려워했습니다. ‘반달’처럼 우리가 들으면 바로 알아듣는 말도 외국인 직원들에게는 전혀 다른 말처럼 들릴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말로 설명하고, 안 되면 손으로 가리키고, 그래도 안 되면 직접 보여줬습니다. 사고가 난 뒤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있었습니다. 직원들도 모르는 말을 그냥 넘기지 않고 다시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나 역시 내가 말했다고 해서 상대방이 당연히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습니다. 현장에서는 말을 하는 것보다 제대로 전달됐는지를 확인하는 게 더 중요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일하며 현장을 맡아준 우리 외국인 직원들

필리핀 직원 2명은 어느새 신입들의 귀감이 됐습니다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외국인 직원 중에는 필리핀 직원 두 명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이 직원들은 본국에서도 같은 업종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학력도 높은 편이었고 한국말을 배우는 속도나 일을 이해하는 방식도 다른 직원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일을 잘했던 것은 아니지만 한번 알려준 일을 이해하는 속도가 빨랐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회사의 작업 방식까지 익히고 나니 굳이 옆에서 하나하나 설명하지 않아도 자기 일을 알아서 처리했습니다.

 

나중에는 국내 신입 직원보다 일을 더 잘할 때도 있었습니다. 새로 들어온 직원들이 오히려 이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외국인 직원에게 일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반대로 신입 직원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도 이런 직원들은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오랫동안 같이 일하면서 서로의 성격과 작업방식을 알고 있다는 것도 컸습니다.

 

새로운 사람 한 명을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는 것보다 이미 우리 현장을 잘 알고 자기 몫을 해주는 직원 한 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직원이라고 해서 일을 잘한다거나 못한다고 한꺼번에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람마다 달랐습니다. 다만 이 두 직원만큼은 시간이 지나면서 외국인 직원이라는 말보다 우리 현장을 잘 아는 숙련된 직원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렸습니다.

 

외국인 직원들이 자기 친구를 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현장은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크고 작업하면서 서로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것도 흔했습니다. 우리는 늘 듣던 소리라 아무렇지 않았지만 처음 들어온 외국인 직원들은 처음에는 무서웠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는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을 때는 회식 자리에서도 손짓발짓을 해가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하려고 손으로 설명하고 표정까지 써가면서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서로 알아듣고 웃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같이 밥 먹고 일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졌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재미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외국인 직원들이 자기 친구를 데려와 우리 회사에서 같이 일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친구뿐 아니라 같은 나라 사람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기들이 직접 일해본 회사니까 다른 사람에게도 와서 일해보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소개받은 사람을 모두 채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 일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분명해서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비수기에 상담하고 사람을 만나보는 것만 해도 1년에 10명 안팎이 오갈 정도였습니다. 그중 우리 일과 맞는 사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추억이 많고 그걸 안고 귀향하는 그들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말 한마디 제대로 통하지 않던 사람들이 어느새 우리와 농담도 하고, 자기 친구까지 데려와 같이 일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다 때가 되면 돈을 모아 자기 나라로 돌아갑니다.

 

 

지금도 그때 같이 일했던 직원들을 생각하면 웃기는 일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말이 안 통해 서로 엉뚱하게 알아들었던 일도 이제는 다 추억이 됐습니다.

 

그들이 한국에서 우리와 함께했던 시간을 좋은 기억으로 가지고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나 역시 그 사람들과 함께 일했던 시간을 재미있는 기억으로 가지고 있으니까요.